시멘트업계 1위인 쌍용C&E의 노동조합이 올해 임금교섭을 회사에 위임하면서 58년 연속 무분규 기록을 달성하게 됐다. 유연탄 가격 급등과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등 대내외 악재를 노사가 공동으로 극복해나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지난해 파업으로 59년 연속 무분규 달성에 실패한 한국타이어를 제외하면 재계 최장기 무분규 기록이다.
쌍용C&E는 1962년 설립됐다. 1964년 노조가 생긴 이후 현재까지 단 한 번도 파업과 쟁의 등 분규가 일어나지 않았다. 지난해까지만해도 한국타이어에 이어 재계 두번째 장기 무분규 기록이었다. 하지만 작년 11월 한국타이어 노조가 임금갈등으로 창사이래 처음 파업을 벌이면서 재계 '최장기 무분규 기록'은 쌍용C&E에 넘겨 주게 됐다.
쌍용C&E 노사간 끈끈함은 위기때마다 빛을 발했다. 노조는 1998년 외환위기 땐 자진해서 임금 15%를 반납했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10%를 내놨다. 이에 화답해 회사 측도 인력 구조조정을 최소화했다. 노조는 코로나19 사태 발생하자 3년 연속 임금교섭을 사측에 위임했다. 지난해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환경적 피해를 사유로 '시멘트세(지원자원시설세)'를 신설해 업계 전체에 매년 250억~500억원의 세금을 부과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가장 반발한 것도 노조였다.
쌍용C&E의 남다른 노사관계 비결은 적극적인 소통과 가족 같은 기업 문화다. 일본 태평양시멘트에서 국내 대표 사모펀드(PEF)인 한앤컴퍼니로 2016년 대주주가 바뀐 후에도 이러한 기업문화는 이어지고 있다. 쌍용C&E 관계자는 "노사가 하나라는 '노사불이(勞使不二)'정신으로 매년 2회 이상 대표가 직접 나서 노조에 경영현황을 설명하고 매주 공장별로 간담회를 열어 현장 애로사항을 경영에 반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매년 두둑한 성과금이 나오고 근속 기간별로 별도의 상금이 나오는데다 '퇴직자 초청 홈커밍데이', '직원 자녀와 부모 초청 행사'를 여는 것도 끈끈한 문화의 비결이다. 직원들의 배우자들끼리도 친하다보니 별도의 모임이 조직돼 사회공헌 활동을 함께할 정도다.
쌍용C&E 관계자는 "직원들 사이에서 '시멘트처럼 한번 굳으면 절대로 깨지지 않는 관계', '한번 쌍용인은 영원한 쌍용인'이라는 말이 나올정도로 좋은 문화"라며 "개인적인 성향의 MZ세대들도 입사한 후 처음엔 이런 기업문화에 어색해하다가도 금방 동화된다"고 말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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